“어떻게 죽고 싶으냐고 물었다. 물론 그만한 각오는 하고 날 희롱하였겠지?”노팔룡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는 멍해졌다.‘대체 누구길래 맹주께서 직접 나를 불러 이 일을?’“그 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노팔룡은 동정하는 눈빛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자, 잠깐. 지금 분명 뇌진자대협의 전인이라 하시었소?”문득 웃음을 그친 그는 냉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그들이 들어서자 신기일화검 낙혼성은 고개를 돌려 외면해 버렸다. 그의 감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것이다.쿵.그것은 오직 노팔룡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사실 그는 영원히 노팔 룡과 함께 살고 싶었다. 더구나 이제 자신은 늙어 얼마 살지도 못할 게 아닌가.그는 아예 자신의 온몸에 코를 처박고 냄새를 맡으며 해부하려 드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설득 작전을 펴기로 했다.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두 마리의 산새가 한 여인의 치마 위에 앉아 부리를 부비며 정답게 놀고 있는 광경이었다.철비환은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아니, 당신은 왜 가만히 있죠? 정말 이분으로 하여금 호랑이 굴로 혼자 들어가게 할 참인가요?”그르르르릉“낭자. 이러시면.”휙휙 번쩍!“저희들이야 대회가 끝난 후 공격 선발대원으로 뽑혔지요. 그래서 먼저 금륜맹으로 가는 길입니다.”그는 느릿느릿 동굴 한 귀퉁이 장작불을 지피던 곳으로 가더니 숯검정 하나를 집어 벽면에다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그 서동(書童)은?”마침내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깊은 곳이 뜨겁게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그의 혀가 마술을 부리기 시작했다.아침을 싫어하는 인간.“아.”화원 뜨락을 서성이고 있는 사람, 바로 하여령이었다.노팔룡이 도운하의 머리에 대고 코를 킁킁거린다. 도운하는 안색이 변했다.도운하의 눈에 비친 백선결, 그 느낌이 어떠했을 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백선결은 사부의 은덕을 저버린 야망의 화신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다.어쩔 수 없이 노팔룡을 제자로 받아들인 노인은
“생각해 보라구. 그의 사부 천광은 나의 사부님에 대해 반 배분 이상 아래야. 그러니 자연 그도 나에 비해 조카뻘밖에 더 되겠어?”문득 하여령이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젠장. 이래서 좀체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단 말이다.”도지연은 하숙하의 손을 잡고 신형을 날렸다. 하나로 합쳐진 통로 쪽으로 전력을 다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계속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커졌으며 통로를 달리는 삼 인의 이마에서는 비오듯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것은 맑은 산수(山水)로 끓인 용정차로써 역시 주인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백형과 내가 밖으로 나가면 될 것이 아니오?”여운설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갈포인은 자신만은 죽일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그에게 대들었으나 실제 그녀의 몸에는 별다른 상처가 나지 않은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교차하면서 반대방향으로 떨어져 내렸다. 군웅들이 보기에는 그저 번쩍 하고 두 사람이 스쳤을 뿐이었다.노팔룡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히죽 웃으며 냉큼 자그마한 하여령의 등에 업혔다.‘옳지.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사자대는 금륜맹의 극비조직으로 웬만한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별동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사자대에 속한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콰앙!’마침 백혈곡에서 낭패를 당하고 간신히 살아남았던 칠룡삼봉의 일원이 객점에 함께 있었기에 일행들에게 그동안의 노팔룡의 놀라운 무위를 얘기해준 것이었다. 그들에게 노팔룡의 무용담을 전해들은 후라 군웅들은 노팔룡을 당대제일의 기협으로 우러르고 있었던 것이다.“젠장, 언제는 남의 목을 부러뜨릴 듯이 잡아당기며 좋아하더니 이제와서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당립은 하나의 동혈(洞穴) 입구에 선 채 그녀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한 김이라 이것저것 가릴 틈도 없이 바로 동혈로 뛰어들어 갔다.한편 노팔룡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방긋 웃으며 다가오고 있는 두 여인을 바라보며 투덜거리고 있었다.그녀가 막 성보를 뛰어 넘을